UN에서 김정은을 김정은이라 말하지 못하는 까닭

입력 2016-10-31 22:29  




(박상익 정치부 기자) 지난 27일(현지시간) 유엔 인권 분야 소위원회인 3위원회에 북한인권결의안이 상정됐습니다. 이번 결의안 채택 추진은 2005년 이후 12년째인데요, 지난해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채택됐습니다. 3위원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면 12월 중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최종 채택 절차가 이뤄집니다.

이번 결의안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한 내 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밖에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 ‘지도층’을 명시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결의안에는 “수십년간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라, 지도층(leadership)의 효과적 통제 아래 기관에 의한 북한 내 반인도 범죄가 자행됐다는 근거를 COI가 제공했음을 인정한다”고 명기됐습니다. 이는 사실상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뜻한다는 것이 외교가의 해석입니다. 지난해 경우 ‘인권 유린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냐를 놓고 다른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었으나 올해는 지도층이란 표현으로 김정은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도층이란 표현도 듣기에 따라 모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최고 책임자를 교도소·수용소의 책임자로 볼 수 있듯, 지도층도 당 또는 정부의 특정 지돎管?한정해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독재로 움직이는 곳이므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김정은이 모든 책임을 집니다. 그런데 왜 북한인권결의안에는 ‘김정은’이란 이름을 명시하지 못한 것일까요?

이는 국제 정치의 ‘작용-반작용’과 연관돼 있습니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일본이나 유럽연합(EU),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등 북한 인권 문제에 비판적인 나라들은 보다 강력하고 명확한 표현으로 규탄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중립적이거나 반대하는 태도를 지닌 나라들은 결의안에 반발할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지요. 외교부 관계자는 “결의안의 채택 여부만큼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찬성표를 던졌느냐도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표현의 수위를 조절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14년 결의안 채택 과정 때도 이란은 “개별 국가를 특정해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유엔 헌장이 요구하는 보편성, 비선별성, 객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으며 에콰도르도 “제3위원회가 특정 국가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 해당 국가의 인권을 개선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런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나라들은 대체로 인권 수준이 낮은 곳입니다. 그럼에도 결의안에 너무 강력한 표현이 들어갈 경우 중립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어려워 김정은을 김정은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경우가 된 것입니다.

이런저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국제사회는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합니다. 북한 내 인권 탄압,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등은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받아왔습니다. 이러한 국제사회에서의 움직임이 북한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끝)/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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